울프는 1929년 발표한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며, 독립적인 집필실이 여성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충분한 재정적 독립과 정식 교육을 받을 기회를 거부당해 왔을 뿐만 아니라 글을 쓸 물리적 공간도 부족했다고 주장했죠.
이스트서식스주에 있는 몽크하우스Monk’s House에서 울프는 정확히 그런 곳을 가졌습니다. 소설 《올랜도》의 성공으로 글 쓰는 공간을 증축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곳이 점점 침실로 변하자, 결국 정원에 있는 오두막에서 글을 쓰게 됐죠. 더운 여름날이면 잠을 청하기도 하고요.
이 오두막 집필실은 단점이 좀 있었습니다. 남편 레너드가 정원에서 딴 사과들을 다락방에서 요란하게 분류하는 소리가 들렸으며,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다시 침실로 돌아가 글을 써야 했죠. 울프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오두막을 정원 끝 밤나무 밑으로 옮겼습니다. 여기서 낮은 안락의자에 앉아 얇은 합판을 무릎에 올려놓고 잉크를 찍어 쓰는 딥펜으로 글을 쓴 다음, 완성된 글은 책상에서 타자기로 타이핑했어요.
울프의 친구이자 그의 소설 속 캐릭터를 창작하는 데 영감을 준 비평가 리턴 스트레이치Lytton Strachey는 그가 담배꽁초, 펜촉, 구긴 종이 뭉치 등으로 지저분한 환경에서 글을 쓴다고 불평했죠. 울프는 평생 스탠딩 데스크를 비롯해 다양한 테이블과 책상을 썼습니다.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 애니 리버비츠가 자신의 책 《순례Pilgrimage》에 싣기 위해 울프의 책상을 찍은 적이 있는데요. 이 사진을 보면 책상 위에 머그잔을 올려놨던 자국과 엎질러진 잉크 자국이 그대로 있어요.
울프는 연인 비타 색빌웨스트에게 보낸 편지에 “떨리지만 한결같은 황홀함 속에서 눈을 뜨면, 깨끗한 물을 담은 주전자를 들고 정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라고 썼습니다.
작곡가인 친구 이설 스마이스Ethel Smyth에게 보낸 또 다른 편지에서는 이렇게 표현했어요. “빨간 장미 향을 맡을 거야. (머리 위에 달걀 바구니를 올리고 걷는 것처럼) 잔디밭을 조심스럽고 천천히 가로질러 걸어가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무릎에 합판을 올려놓을 거야. 그리고 잠수부처럼 어제 쓴 마지막 문장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뛰어드는 거야.”
Bloomsbury in Sussex: Virginia Woolf's Monk's House (출처 :Claire Fen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