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임료 대신 고구마🍠를 받는 변호사 이야기「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2025. 2. 18.

[📚] 수임료 대신 고구마🍠를 받는 변호사 이야기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님께 띄우는 큐레이션 레터

2025. 2. 19

님, 안녕하세요. 부키 출판사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에세이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를 출간했습니다. 일단 제목을 듣고 첫 느낌이 어떠셨나요. 실은 n차 제목회의를 거쳐 지난한 산통 끝에 나온 사연이 많은 제목이랍니다. 솔직히 처음엔 '사랑'과 '법'을 한자리에 놓는 게 맞을지, 그저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었는데 읽고 되새길수록 이보다 좋은 제목이 없다! 잘 찾았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팔이 너무 안으로 굽었을까요.👀 혹시 제목을 듣고 저처럼 생각하셨다면 이번 편지는 꼭 끝까지 읽으시기를. 인류애 충전과 함께 (알아두면)(언젠가)(필요할지도 모를) 쓸모 있는 생활정보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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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찐 고구마, 갓 튀긴 오징어튀김, 요구르트, 커피, 수면 양말, (날짜 지난) 전시회 티켓...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의 저자, 천수이 변호사가 수임료 대신 받은 보답입니다. 구청 화장실 앞 (파티션으로 간신히 영역 표시만 해둔) 1평짜리 상담 공간에서 만났던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았어요. 여담이지만 표지만 보고 픽션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이곳은 바로 서울의 한복판, 마포구청이었다는 사실! 정감 가는 이야기에 서울은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 심지어 사무실에서도 가까운 마포구였다니,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들의 무해한 다정함은 지역과는 상관이 없네요.

어떤 책은 읽다 보면 글의 주인공을 만나고 싶어지지 않나요. 이 책은 높은 확률로 그렇습니다. 제게는 의뢰인들의 에피소드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것이 천수이 작가님 개인의 서사이기도 했는데요, 난곡 달동네에서 자랐지만, 상대적 박탈감 대신 자존감을 갖고 변호사가 되기까지 그 원동력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자신을 '녹슨 칼'에 비유한 부분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공감하기도 했지요.

가난한 동네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녹슨 칼’과 같았다. 맨주먹보다는 낫겠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날카롭지도 않아 잘 갈고 닦기 전에는 쓸모가 없었다. 녹슨 칼을 제대로 쓰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세상은 꿈꾸는 자들의 것’이라며 늘 꿈을 잃지 않게 도와주신 부모님, 자기들은 고졸이어도 나에게는 항상 공부하는 게 대단하다고 응원해 준 친구들이 곁에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58p

그리고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났지만, 다시 무료 법률 상담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지도 묻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럴 때는 팟캐스트 두둠칫 에피소드 125편을 추천할게요. 달동네에서 태어나 변호사가 되기까지, 열 뻗친 변호사의 셀프 소송기부터 책에는 못다한 눈물 콧물 다 빼게 만든 의뢰인들과의 에피소드들을 작가님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버스에서, 차에서 오가는 시간에 꼭 들어보세요. 특히 아는 변호사 하나 없다면 들어두시면 재미도 있고 쓸모도 있을 겁니다.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구청 화장실 앞 한 평짜리 법률 상담소

그곳에서 만난 찡하고 짠한 사람과 세상 이야기

천수이 지음 | 18,000원

❝책장이 줄어드는 게 아깝다. 이거 꼭 드라마로 만들어주세요.❞

특히나 요즘 같은 세상에, 살면서 변호사를 만날 일 같은 건 없길 바랍니다. 그러나 아무리 성실하게 산다 한들 예고도 없이 엮인 불행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차가운 법의 빈틈을 사람의 온기로 채우려 애쓰는 천수이 변호사를 만납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출근한 첫 직장은 구청 화장실 앞 복도에 세워진 칸막이 너머 한 평짜리 무료 법률 상담소였습니다. 공짜 변호사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노숙자, 야쿠르트 배달 아주머니, 일용직 건설 노동자, 유언장을 쓰려면 한글부터 배워야 하는 할머니 등 가장 법의 보호가 필요하면서도 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난생처음 듣는 별의별 사연들 앞에서 당황하고 허둥대던 초짜 변호사는 이제 누구의 어떤 이야기에도 맞장구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학교나 책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할 인생 경험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고 가는 이들 덕분에, 다른 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답을 줄 때, 저자는 의뢰인에게서 자기 인생의 답을 배워갑니다. 그렇게 사람 사이에서 사랑을 배우고 사람이 되어 가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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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과 명함이 무엇인지보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한 사람을 더 잘 설명해 준다. 이때 만남이란 말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변형시키는 관계를 뜻한다. 그런 점에서 천수이 변호사는 이름처럼 남다르고 일관된 존재다. 빈민 운동을 하는 부모에게 태어나 가난하게 자랐고, 돈 좀 벌어 보려고 로스쿨을 나와서도 여전히 가난의 자장에 머문다. 구청 변호사가 되어 폐지 줍는 노인, 야쿠르트 아줌마 등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노력으로 하루를 버티는 이들과 얼굴을 맞댄다.
무료 법률 상담은 대개 넋두리로 흐른다. 저자는 그것을 허투루 흘리지 않는다. 우리 사회 주변부의 부스러기 같은 이야기를 특유의 공감력으로 빨아들이고 복원해 냈다. 이 책은 드라마에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가진 힘을 보여준다. 기막히고 억울하고 엉뚱한 사연을 날마다 접한 저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누구의 삶도 감히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으로 말이다.
법은 형식이고 사랑이 내용이다. 세상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듣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살만해진다는 것을 예고하는 햇살 같은 책이다.

♥은유 르포 작가 《해방의 밤》 저자

tip

꼭,꼭,꼭 기억해두세요.💡

이번 편지에서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바로 이것! 되도록 변호사를 선임할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만약 법률 상담이 필요할 일이 생기셨다면 동네에 법 좀 잘 아는 형님, 네이버 지식인, 카페나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비전문가들의 집단지성에 의지하는 대신, 취약계층이라면 시청 또는 구청에 법률홈닥터라고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무료 법률 상담을 이용하실 수 있다고 해요. 물론 법률홈닥터 외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마을변호사 제도도 있습니다. 각 읍, 면, 동 사무소로 연락하셔서 상담 희망한다고 신청하시면 되는데요, 특히 마을변호사 제도는 지금도 천수이 변호사님이 애정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반드시 기억해 두셨다가 인생의 위기를 벗어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시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