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3
제인 오스틴 Jane Austen(1775~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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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처를 옮겨 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이사가 삶을 얼마나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지 알 거예요.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도 엄청난 영향을 받았죠.
오스틴은 원래 햄프셔주 스티븐턴에서 가족들과 함께 매우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작품도 여러 편 썼죠. 이 시절에 그는 휴대용 마호가니 문구함writing box을 이용해 글을 썼는데요. 아버지가 1794년 에 주신 생일 선물이었죠. 문구함을 열면, 종이와 잉크를 보관하는 수납공간과 잠글 수 있는 서랍이 나왔습니다. 그는 이 안에 안경도 넣어 뒀어요. 뚜껑을 닫으면, 문구함은 종이를 올려놓고 글을 쓸 수 있는 비스듬한 받침대로 변했죠. 아마도 이 위에서 《오만과 편견》《이성과 감성》 《노생거 사원》의 초고가 탄생하지 않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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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함은 오스틴이 가장 아끼는 물건 중 하나였습니다. 1798년 언니 카산드라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실수로 문구함을 서인도제도로 보낼 뻔했을 때 얼마나 절망했는지 털어놓기도 했어요.
오스틴은 처음에 문구함에 딱 맞는 작은 종이에 글을 썼습니다. 그러다가 문체가 발전하면서 16쪽짜리 소책자에 글을 썼고, 이것들을 모아 더 두꺼운 책을 완성했죠.
1801년, 교구 사제였던 아버지가 큰오빠에게 사제직을 물려주고 은퇴했습니다. 그 후 오스틴은 아버지, 어머니, 언니와 함께 바스로 이사했죠. 그는 이곳에서 글을 거의 쓰지 않았어요. 소설 《왓슨 가족》도 결국 완성하지 못했고요.
오스틴이 바스에서 글을 잘 쓰지 못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우울증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애초에 오스틴은 스티븐턴을 떠나고 싶지 않았는데, 온전히 부모님의 결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스로 이사했다는 것이죠. 조카 제임스 에드워드 오스틴 리는 오스틴에 대한 회고록에서 “자신이 태어난 집을 떠나는 것은 감정이 풍부한 젊은이에게 큰 슬픔일 것”이라며, 그래서 오스틴은 “대단히 불행했을” 것이라고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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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가 어떻든 바스로의 이사는 오스틴에게 단순히 집을 옮기는 것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이 사실이 글쓰기 루틴을 무너뜨렸고, 그를 슬럼프에 빠뜨렸죠.
1809년, 오스틴은 햄프셔주 초턴으로 다시 거처를 옮겼습니다. 이곳에서는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 나갔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차를 끓이는 일과를 제외하면, 다른 집안일은 거의 하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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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턴 집 다이닝룸, 그곳에서도 빛이 가장 환하게 들어오는 창가에 아주 작은 십이각형 호두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앞에 앉으면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이 한눈에 들어왔죠.
오스틴은 이 호두나무 테이블에서 매일 글을 썼습니다. 테이블은 문구함보다 훨씬 구조가 단순하고, 애초에 책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어요. 초턴 집은 지금은 박물관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스틴이 사용한 테이블도 볼 수 있죠. |
오스틴은 집에 집필실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을 따로 꾸미지는 않았지만, 테이블이 너무 작아서 아마 다른 곳에서도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는 집에서 만든 아이언갤iron-gall 잉크와 깃펜으로 스티븐턴에서 썼던 소설들을 퇴고하고, 《맨스필드 파크》 《에마》 《설득》을 썼습니다.
조카가 쓴 회고록을 보면, 오스틴은 비밀스럽게 글을 쓰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문이 삐걱대는 소리를 들으면 누가 들어오는구나 싶어서 쓰던 글을 황급히 숨겼죠. “그는 가족 이외에 하인이나 손님 등 그 누구도 그가 하는 일을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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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제인 오스틴,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디서 글을 썼을까?
🚪 《작가의 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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