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자매는 어디서 글을 썼을까?👩‍👩‍👧‍👧✍️

2022. 10. 17.

작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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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4

브론테 자매
The Brontës

📍웨스트요크셔주 하워스Haworth 사제관의 식당 겸 응접실(영국)

요즘 사람들은 작가실이라는 개념에 친숙합니다. 여러 작가들이 한곳에 모여 드라마를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150년 전 브론테 자매도 작가실과 아주 비슷한 공간을 썼답니다.

샬럿, 브란웰, 에밀리, 앤, 이렇게 브론테 네 남매는 사이가 매우 끈끈했습니다. 나고 자란 하워스 마을의 사제관에서 모여 앉아 지어 낸 앙그리아제국과 곤달왕국 이야기를 써서 얇은 책으로 만들었죠. 함께 첫 시집도 출판하고요.

샬럿의 전기를 쓴 소설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이들이 글을 쓰는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어요.

브론테 자매는 오랜 습관을 이어 갔다. 9시가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거실을 서성이며 자신들만의 토론회를 연 것이다. 각자 쓰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줄거리를 설명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자신이 쓴 글을 읽어 주고 다른 자매들의 의견을 들었다. 샬럿은 자매들의 의견이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현실을 묘사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낭독회는 모두에게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었으며, 매일매일 노력을 거듭하면서 느끼는 고통스러운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게 해 줬다.

브론테 자매는 보통 식당, 거실, 응접실 등으로 알려진 이 공간에서 바느질을 하고 각자의 작품에 대해 담소를 나눴습니다. 샬럿의 《제인 에어》,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 모
두 이 공간에 놓인 접이식 마호가니 식탁에서 탄생했죠. 자매들이 쓰던 식탁은 현재 박물관이 된 사제관에 전시돼 있는데요. 상판에는 “E”라고 새겨져 있으며, 한가운데는 양초 태운 자국과 잉크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답니다.

자매들은 자물쇠가 달린 휴대용 자단나무 문구함을 하나씩 갖고 있었습니다. 벨벳으로 된 종이 받침대와 잉크, 편지지, 펜, 펜촉, 압지, 자그마한 귀중품 등을 넣을 공간도 있었죠. 여름에는 작은 나무 의자와 책상을 들고 나가, 사제관 정원 까치밥나무 덤불 옆에서 글을 쓰기도 했답니다.

물론 자매들이 이렇게 항상 함께 글을 썼던 것은 아닙니다. 앤은 1840년대 초 노스요크셔주의 주도 요크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며 첫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성인이 된 에밀리는 시를 쓰는 것에 더 조심스러워져, 샬럿이 그가 쓴 시를 허락도 없이 읽었을 때 몹시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자매들은 대부분의 생을 ‘브론테 자매’라는 공동체로 활동했죠.

자매들이 서로의 글쓰기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샬럿이 자신의 소설을 출판해 주던 조지 스미스에게 마지막 소설 《빌레뜨》에 대해 쓴 편지를 읽어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내 글을 한 줄이라도 읽어 줄 사람이나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어서 얼마나 낙담하고 좌절했는지 몰라요. 《제인 에어》도 그렇고, 《셜리Shirley》도 3분의 2 정도를 쓸 때까지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자매들은 매일 밤 11시까지 식탁 주변을 서성이며 작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에밀리와 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샬럿은 홀로 이 의식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의 집에서 일하던 마사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어요. “브론테 양이 혼자서 거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샬럿은 자매들뿐 아니라 작가실 동료들까지 함께 잃은 것이었죠.

브론테 자매는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집안 분위기가 매우 우울한 가운데 엄격한 목사 아버지와 함께 춥고 고립된 시골에서 자랐다. 여섯 남매 중 첫째와 둘째는 열 살을 겨우 넘긴 나이에 죽고, 나머지 네 남매도 모두 요절했다. 그나마 셋째 샬럿이 제일 오래 살아 동생들의 유품을 정리하고, 이들을 기억하는 글을 남겼다. — 『작가의 방』 본문 중에서